[매일경제] "전쟁사 재밌죠? 그 자체가 안보교육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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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일
2023.08.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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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군의 베트남전쟁 참전사 연구로 전쟁사 분야에서 세계적 학술상을 받은 학자이면서 매회 유튜브 조회 수가 수십만에 달하는 인기 콘텐츠로 국내에 전쟁사 열풍을 일으키고 있는 군인이 있다. 육군사관학교에서 예비 장교들을 가르치고, 전쟁사 연구를 통해 국군의 군사 교리 발전을 돕는 심호섭 육사 군사사학과장(부교수·중령(진)·육사 62기·사진)이다.

심 교수는 태평양전쟁, 미국 남북전쟁 등 인류사의 주요 전쟁들을 다루는 국방TV 프로그램 '역전다방'(역사와 전쟁을 다루는 방)에 2021년부터 출연하고 있다. 박태균 서울대 국제학과 교수, 채승병 KAIST 물리학 박사 등 각계 전문가들이 출연하는 '역전다방'에서 심 교수는 현역 군인이자 전쟁사 연구자로서 각 전쟁 및 전투의 전개 과정과 의미를 분석해 전달하는 역할을 하고 있다. 2년이 지난 현재 100회가 넘게 방영된 '역전다방'의 회당 유튜브 조회 수는 많게는 70만이 넘는다.

심 교수는 매일경제와의 인터뷰에서 "'역전다방'의 인기는 대중이 깊이 있는 역사 지식과 안보 교육에 목말라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며 "국민에게 전쟁사 지식을 전달하고, 안보의식을 길러준다는 점에서 학자로서, 군인으로서 보람을 느낀다"고 말했다.

육사 군사사학과를 졸업한 심 교수가 전쟁사 연구자의 길을 택한 것은 전쟁사가 군인의 정체성을 유지하면서 학문 연구를 할 수 있는 분야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장교 임관 후 특공연대에서 소대장을 하던 심 교수는 중위 1년 차던 2007년 육사 전임 교수가 되라는 제안을 받았다. 생도 시절 전쟁사 과목에서 1등을 놓치지 않았던 심 교수를 육사가 교수 자원으로 선발한 것이다. 심 교수는 "생도 시절에 전공을 군사사로 선택한 것은 뛰어난 군인이 되기 위해 반드시 공부해야 할 분야라고 생각했기 때문이었다"며 "군사사 교수라면 후배 장교들을 육성하고 군사 교리 발전에 필요한 지식을 제공함으로써 군인의 역할을 다할 수 있을 거라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야전을 떠난 심 교수는 일본 와세다대(석사)와 미국 캔자스대(박사)에서 위탁교육을 받으며 군인 학자로 성장했다.

심 교수의 주요 연구 분야는 베트남전쟁에 참전한 한국군의 전사다. 심 교수가 한국군의 베트남전을 전공하는 이유는 이 분야에 대한 연구가 거의 이뤄지지 않았기 때문이다. 한국군은 베트남전쟁에 미국 다음으로 많은 병력을 파병해 싸웠지만 연구는 호주, 필리핀, 태국 등 다른 파병국의 군대보다 적다. 오랜 기간 많은 희생을 치르며 싸웠지만 남베트남이 결국 공산화됐고, 베트남전 파병의 동인에서 경제적 측면이 부각되며 국내에서 베트남전 자체가 '잊힌 전쟁'이 됐기 때문이다. 심 교수는 "박사과정 당시 지도교수였던 에이드리언 루이스에게 한국 군인인 제가 베트남전 연구의 공백을 메꿔야 한다는 조언을 받았다"며 "실패가 많았던 전쟁일수록 더 깊은 연구를 하는 미국처럼 한국도 32만 장병이 싸웠던 베트남전을 연구해 교훈을 얻고 앞으로의 전투에 활용할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다.

심 교수는 박사과정 중 한국군의 베트남전 격전 가운데 하나인 안케패스 전투에 대한 논문을 써 한국인 최초로 국제군사사학회로부터 '신진 연구자상(Early Career Prize)'을 받기도 했다. 미국 군사사학회가 우수 학생에게 수여하는 '러셀 웨이글리 상'도 수상했다.

심 교수는 "전투에서 연승을 거듭한 미군이 베트남전에서 패배한 것은 미국 국민으로부터 전쟁에 대한 지지를 얻지 못했기 때문"이라며 "군에 대한 국민의 지지와 안보의식 향상을 위해 연구와 저서, 방송을 통해 전쟁사의 지식과 함의를 계속 알리고 싶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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