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방일보] 화학무기 위협…그의 말에 세계가 귀 기울였다
육군사관학교 물리화학과 정근홍(중령) 교수
국제 화학무기금지기구 초청 발표
신종 테러 화학물질 탐지 방법론 제안
위원회 “미래 연구방향 선정에 기여”
지난 2월 미국 육사 초청 강연도
육군사관학교(육사) 교수가 국제화학무기금지기구(OPCW·Organization for the Prohibition of Chemical Weapons)에서 한국인 연구자로는 처음으로 초청 발표를 해 학계의 주목을 받았다. 육사 물리화학과 정근홍(중령) 교수가 주인공.
정 교수는 최근 네덜란드 헤이그에서 열린 OPCW 제37차 과학자문위원회에서 발표 시간을 가졌다. 전 세계 화학 분야 전문가 25인으로 구성된 과학자문위원회는 미래 과학전 연구를 토대로 OPCW에 전략방향을 제시하는 권위 있는 자문기구다.
이 자리에서 정 교수는 ‘인공지능(AI)과 양자화학 계산을 통해 미래의 신종 테러 화학물질을 탐지하는 새로운 방법론’을 제안했다.
신종 생화학무기에 사용되는 화학작용제는 수만 가지에 이르며, 눈에 보이거나 냄새가 나지도 않아 빠르게 판별하기 힘들다. 특히 정 교수가 주목한 화학작용제 ‘노비촉(Novichock)’은 그중에서도 가장 강력한 독성을 가진 화학물질이다. 노비촉은 1990년대 소련(러시아)에서 비밀리에 개발한 화학작용제로, 2019년 12월 OPCW는 생산·저장·사용 등을 금지했다. 독성의 원인이 알려지지 않았고, 화학무기 탐지기로도 쉽게 포착되지 않는다.
정 교수는 이를 해결하기 위해 빅데이터를 기반으로 AI 머신러닝 기법과 양자화학 계산기법을 적용해 노비촉의 독성을 빠르게 예측하는 모델을 개발했다.
위원회는 정 교수의 연구가 향후 OPCW의 미래 연구방향 선정에 크게 기여할 것으로 평가했다.
이어진 전체 회의에도 참석한 정 교수는 북한의 화학무기 위협과 OPCW의 역할에 관한 의견을 세계 석학들과 공유하고, 한국의 화생방 방어 관련 연구의 우수성을 알렸다.
육사는 “OPCW는 물론 자문위원으로 참여한 여러 세계 과학자가 정 교수에게 공동연구를 제안하기도 했다”고 전했다.
정 교수는 양자화학·핵자기공명 연구를 주제로 국내외 저명 학술지에 80여 편의 논문을 발표한 학자이자 군인이다.
특히 AI 관련 기술과 화생방 연구를 접목해 민·군 대테러 화생방전 대비에 이바지하고 있다. 2019년에는 세계 최초로 노비촉의 독성 및 작용 원리에 관한 연구 결과를 영국 왕립 오픈 사이언스 학회지에 발표해 국제적인 관심을 받았다. 이런 성과를 바탕으로 그는 지난 2월 미 육사 초청강연도 했다.
정 교수는 “이번 발표는 한국의 화학무기 연구 능력과 기술을 국제사회에 널리 알리는 기회가 됐다”며 “앞으로도 연구에 매진해 비인도적인 생화학무기를 예방하고, 미래 국방의 핵심 인재가 될 사관생도들의 역량을 발전시키는 데 최선을 다하겠다”는 포부를 밝혔다.